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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임신이란, 예측안되는 날의 연속인 것을

행복한 육아/달꾸의 임신생각

by 달꾸 2022. 12. 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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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갖고 싶어 계획적인 준비를 하거나, 난임 부부로 시험관 임신을 하는 경우 쌍둥이가 생기면 두배의 기쁨이라고 한다. 하지만 달꾸처럼 계획에 없이 우연하게 자연임신으로 쌍둥이라는 소식을 접하면 다소 당황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달꾸에게 올해 쌍둥이 임신이란 매우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음에 당황스러웠지만, 한번에 두 생명이 찾아왔다는 사실은 신기하고 소중했다.

 길고도 짧았던 올해 임신기간을 마치며, 누군가는 공감할 나의 이야기를 포스팅해본다.  

 

  • 임신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사실 달꾸는 별다른 피임을 하지 않았음에도 결혼 4년 동안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아기를 빨리 가지고 싶은 생각도,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35살 즈음에나 임신을 준비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심한 피로감과 식욕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임신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것도 쌍둥이라는 사실에 두번 놀랐다.

 달꾸는 입덧이나 별다른 증상이 없었기에 20주차까지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평범한 생활을 했다. 밤 9시까지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아울렛과 백화점을 돌아다녔고 심지어 22주차에는 제주도에서 8일간 태교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고난은 23주부터 시작되었다. 쌍둥이 임신은 그 자체로 고위험산모에 해당하고, 최소 20주 초반부터 조심해야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경부길이가 이렇게 중요할 줄이야

 쌍둥이를 임신하면 단태아보다 자궁 경부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당연히 한 명보다 두 명이 무겁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쌍둥이 맘카페를 가보면 경부길이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꾸도 이 사실을 몰랐다가 23주부터 경부길이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깨닫지만, 그 때는 이미 일상생활이 불가하고 눕눕처방을 받은 때였다. 이 때부터 갑작스럽게 출근도 못하고 누워서만 있으라는 처방을 받고 병원 입원을 오가며 너무나 길게 임신기간이 고달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경부길이로 고민하는 것도 행복한 걱정이었다. 30주 이후부터는 경부길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더 큰 고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 뱃속에서 두 명을 고르게 키운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 키도 몸무게도 다 다른데, 하물며 쌍둥이 몸무게가 좀 차이나는게 뭐 대수인가 싶었다. 그런데 의사들 생각은 달랐다. 당장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한다는 소견을 듣고도 사실 크게 와닿게 걱정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빅3 대학병원에서 우리나라 최고라는 교수의 진지한 소견을 듣고 아 심각한 거구나 싶더라. 한 명이 제대로 크는데, 한 명은 몸무게가 4주이상 뒤쳐진다고 했다. 이 쯤되면 적당한 때에 빨리 낳아서 니큐에서 키우는게 낫다며. 이 때부터 더 큰 고민에 나는 매일 밤 잠도 못자고 걱정에 시달린다. 왜 한 명은 제대로 안 크는지, 두배로 먹고 두배로 쉬어도 한 명은 왜 자꾸만 안 크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

 

  • 피가 나도, 이상한 분비물이 나와도 애만 괜찮으면 괜찮다.

 임신을 하다보면 이유없이 피가나는 경우도, 배가 아픈 경우도, 분비물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달꾸는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 가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 잠결에 화장실 가서 혹시나 피가 묻어 있을까봐, 혹시나 이상한 분비물이 보일까봐 화장실 가기가 무서웠다. 심지어 달꾸는 두달 내내 피를 달고 살았다. 온갖 맘카페 글을 찾아봐도 나 같은 증상 있는 사람들이 없는데 이러다가 애가 잘못되는건 아닐까 걱정에 걱정을 달고 살았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애만 괜찮으면 괜찮았다. 두달동안 원인불명의 피를 달고 살았는데,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으려고 이것 저것 건드려서 검사하느니 그냥 지켜보는게 낫다고 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피가 좀 나도, 펑펑 쏟는 정도가 아니라면 어느정도 아~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조금은 편하게 대처할 것 같다.

 

  • 임신 두번은 안할 것 같은데 아기는 또 갖고싶다.

 임신과 출산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정말 동물적인 고통이란게 이런건가 싶었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느낌이라고 하면 공감하시려나..올해 내 인생이 통째로 없는건 둘째치고, 출산이라는건 정말 두번다신 겪고싶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또 갖고싶다. 달꾸는 쌍둥이였지만 지금은 한 아이만 남았다. 너무나 허무하지만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두 아이 다 나에게 남았으려나? 아니면 두 아이 다 감당하기엔 내가 역량이 안되서 한 아이만 남겨주신 걸까? 답은 알 수 없지만 이 고통스러운 임신과 출산 과정에도 불구하고, 아이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아기가 또 갖고싶다. 이런 기분이 처음이긴 한데, 너무나 소중하고 애틋해서 뭐라 표현할 말이 없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아쉬움만 가득하다. 이 것도 인생의 한 흐름이겠지 하며 남겨보려고 한다. 남들보다 나의 임신기간은 짧았지만, 짧았다고 해서 결코 편하지 않았다. 변수가 많은 쌍둥이 임신이었던 만큼 나는 한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너무나 황당하게 보냈다. 책임을 물으려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없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텐데 그저 가정만 할 수 있는 지금이 안타깝고 아쉽다.

 쌍둥이라 두개씩 준비했던 아기옷과 아기용품들이 참 많이도 쌓여있다. 언젠가 시간이 가면 흐릿해지겠지만, 오래도록 이 기분이 들 것 같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라 사람을 보지 않는다는 변호사의 말이 참 황당하다. 형법상 진통설에 의하면 사람이 아닌 것을 이미 나도 알고있지만, 33주가량 내 뱃속에서 쿵쿵 뛰던 심장을 느낀 나로서는 이미 태어난 것 같은 내 아기였다. 그럼에도 이 것이 감성으로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안다. 그 두배의 애정과 정성으로 지금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함을 알고있다. 나중에 "너에겐 33주를 뱃속에서 같이 지낸 친구가 있었어"라고 말해줄 날이 오면 이 기분이 좀 옅어질까 싶다. 생각보다 나의 임신기간은 예정에 없이 힘들고 괴로웠지만, 지금은 너무나 소중했고 애틋하고 지금 나의 아기는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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